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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와 디자이너 이야기 ② - 질샌더(jil sa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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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BO

2021.12.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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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MINIMAL)

이는 질샌더를 대변할 수 있는 단어이다.

질샌더는 켈빈클라인, 프라다, 헬무트랭과 함께 미니멀리즘이라는 미학을 대중들에게 확산시킨 브랜드 중 하나이다. 질샌더의 역사는 디자이너 질샌더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의 본명은 질샌더가 아니라 하이드마린 지린 샌더이다. 그녀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패션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독일 태생이다. 독일하면 떠오른 이미지가 무엇인가? 딱딱하고 무뚝뚝한 사람들, 정확함, 직선적임. 하지만 그러한 독일의 바우하우스 운동에 영향을 받은 그녀의 미학은 지금의 질샌더를 만들었다. 그녀의 디자인철학은 바우하우스처럼 단순하며 실용적이며 구조적이다. 불필요한 것은 제거하고 실루엣으로 몸을 감싸는 그녀의 의류는 그녀가 패션에디터에서 디자이너로 새로운 도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질샌더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뉴욕의 여성지 맥콜즈 McCall's의 패션 기자로 일했고 함부르크주로 돌아와 콘스탄제 Constanze를 비롯하여, 페트라 Petra 등 잡지사의 패션 편집자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당시의 독일 패션계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디자이너가 없고, 대량으로 생산되는 기성복이 전부인 것을 깨닫고는 이러한 독일의 패션계를 변화시키고자 67년 24세의 나이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하였다. 처음에는 프랑스 의상을 수입해서 파는 부티크로 시작하였다. 그녀는 1968년애는 그녀의 이름을 건 패션 하우스 ‘Jil Sander GmbH’를 설립했다. 1975년 파리에서 쇼를 열고, 1976년에는 여러 개의 품목을 겹겹이 레이어드한 ‘onion look’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녀의 옷은 인기가 없었다. 당시 여성들에게는 파워슈트가 유행하고 있었고, 이는 질샌더의 옷의 미학과는 거리가 먼 것이였다. 질샌더의 옷은 섬유 소재의 퀄리티에 포커스를 맞춘 미니멀리즘의 세련되고 절제된 옷이였는데 이는 당시 여성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2년 뒤 상황을 반전시킨다. 1978년 화장품 업체인 랭커스터(Lancaster)에서 질 샌더의 향수를 팔기 시작하면서 질 샌더 자신이 향수 모델로 직접 나섰다. 질샌더의 향수는 인기가 많아져 향수 라인을 늘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질샌더라는 이름을 먼저 알리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과장된 파워슈트에 질려가던 여성들은 고급소재에 간결함과 단순함이 특징인 질 샌더의 디자인이 주목 받기 시작했고, 그녀의 디자인 미학은 세계로 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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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샌더 디자이너의 젊은 시절 모습

질샌더의 의류는 당시 사회적으로 활동이 많아지던 여성들을 위한 옷이였다. 또한 여성의 몸을 강조한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양성성을 추구해나갔다. 여성의 몸을 강조하여 불편했던 의류에서 여유롭고 실용적인 실루엣으로 여성들에게 해방감을 주었다. 이는 현대 패션에서도 보여지는 젠더리스와 일맥상통하는 디자인 철학이다. 이러한 옷은 지나치게 예술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실용성에 중점을 두어 실생활에 활용하기 좋고 다른 옷과의 매칭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녀는 '캐시미어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고급소재를 잘 활용하였다. 최고급 소재를 활용하여 인체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은 그녀만의 장점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고급 소재만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소재 사용에 노력을 기울인 디자이너였다. 섬유공학을 전공한 그녀답게 신소재를 사용하여 의류에 새로운 재미와 위트를 주었다. 지금 자주 사용되는 네오프렌 역시 그녀가 먼저 사용하였다. 이러한 질샌더의 디자인 철학은 대중들에게 큰 공감을 받으며 질샌더는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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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봐도 감각적인 질샌더의 90년대 캠페인 이미지.

90년대는 질샌더의 전성기였다. 1989년 질 샌더는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에 상장한 첫 번째 패션 기업이 되었고, 1997년 남성복 컬렉션으로 라인을 확장했다. 그 이후로 화장품, 가죽 제품, 안경 등을 라인업을 늘려갔다. 질샌더는 아시아, 북미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더욱 크게 성장해나갔다.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자, 전문 경영인이 필요한 곳이 되었다. 질샌더는 1999년 프라다 그룹에 인수되게 된다. 그녀는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싶었으나 그녀의 디자인 철학과 경영진과의 경영철학에 마찰이 생기게 된다. 질샌더는 좋은 퀄리티의 의류를 고급소재를 활용하여 생산하기를 원했으나 경영진이였던 파트리치오 브르텔리는 사업적인 관점에서 적정한 가격선을 추구하는 주류 패션의 접근법으로 준수한 의류를 생산하기를 원했다. 서로의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2000년에 자신이 만든 브랜드를 떠나게 되었다. 질샌더가 없는 질샌더는 미니멀이라는 철학을 잃자 점차 서서히 무너져 갔다. 이렇게 무너져가던 질샌더를 일본의 온워드 그룹이 인수하였고 그 뒤로 침체된 질샌더에 새로운 색을 칠해주는 디자이너가 등장했으니 그는 바로 라프시몬스이다.

"라프시몬스(RAF SI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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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샌더를 담당하고 나서 미니멀리스트라고 불리웠던 라프시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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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프시몬스와 질샌더의 마지막 컬렉션 2012 fw

라프시몬스의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질샌더의 보수적인 이미지와 잘 맞을지 첨에는 걱정이 많은 조합이였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질샌더와 라프시몬스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상호보완해주었다. 질샌더라는 큰 브랜드에서의 디자이너 활동을 통해 라프시몬스는 테일러링 디자인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라프시몬스는 질샌더의 고루하고 경직된 이미지를 밝고 경쾌하게 바꾸어 놓았다. 또한 실루엣 또한 좀 더 여유롭고 영한 느낌의 실루엣으로 바꾸었고 포멀과 캐주얼을 믹스매칭하여 연출하여 질샌더를 좀 더 젊고 로맨틱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이 둘의 조합은 조화가 이루어져 질샌더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게 한다. 특히 질샌더의 마지막 시즌인 2012 fw는 미니멀리즘 로맨틱의 절정을 보여주는 컬렉션으로 아직도 회자된다. 그는 7년동안 질샌더에서의 활동을 끝으로 디올로 가게 된다. 라프시몬스는 디올로 떠나면서 디올에서 더 큰 성공을 이루어내지만 질샌더는 다시 한번 더 침쳬기를 가지게 된다.

"루크 & 루시 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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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디렉터가 된 루크 & 루시 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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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샌더 2020 fall.

디자인계에서 잔뼈가 굵였던 로돌포 파글리아룽가가 라프시몬스의 후임 디자이너로 영입되었지만, 라프시몬스의 질샌더의 후광에 묻혀 서서히 질샌더는 잊혀져 갔다. 그러던 중 질샌더에 새로운 디렉터가 영입되었다. 현재의 디렉터인 루크 & 루시 마이어 부부이다. 루크 마이어는 남성복을 루시 마이어는 여성복을 각각 컬렉션을 진행한다. 루크 마이어는 슈프림의 디자인 총괄 수석 디자이너였다. 그는 슈프림이라는 스트릿 브랜드에서 슈프림의 전성기를 일으킨 그는 미니멀 브랜드인 질샌더에 하위문화의 스트릿한 느낌이 더해서 하위문화의 영향을 받은 새로운 질샌더의 남성상을 만들었다. 루시 마이어는 라프시몬스가 디올을 이끌던 시절에 디올에서 경력을 쌓았기에 루크와는 다르게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디자인 감성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좀 더 부드럽고 우아한 여성상을 그려내고 있다.

이 둘은 서로 디자인에 있어서 상극에 가깝지만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질샌더는 이전과 다르게 좀 더 유연한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미니멀이라는 질샌더 여사가 남긴 디자인 철학의 정수는 여전히 질샌더 속에 녹아 있을 것이다.

“OTB의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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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샌더는 프라다 소속이였다가 일본 자본의 온워드 홀딩스 소속이였다. 하지만 2021년 3월, 메종 마르지엘라, 디젤, 마르니 등을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패션 그룹인 OTB로 인수되게 된다.

보통 패션 브랜드가 투자를 받게 되면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철학이나 비전 등이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순간에는 실적을 쌓을 수 있겠지만 이는 브랜드의 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린다. 브랜드 운영을 장기적인 관점이 아닌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OTB 그룹은 타그룹에 비해 좀 더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을 중요시한다. OTB는 타 브랜드에 비해 입김이 덜한 편이다. OTB는 Only The Brave의 약자로 이는 OTB의로소 회장의 모토를 알 수 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에 도전하고, 이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용기가 성공의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OTB 운영에도 깊게 관련되어 있다. 좀 더 도전적인 자세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브랜드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도록 브랜드에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 이러한 OTB에 들어가게 된 질샌더는 좀 더 안정적인 투자 속에서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OTB 소속으로 질샌더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 기대가 된다.

"유니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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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J+ 20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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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J+ 21FW

질샌더를 나온 디자이너 질샌더는 패션계를 떠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갑자기 그녀는 2009년에 패션 컨설팅회사를 설립하고 유니클로와의 협업을 하게 된다. 고급소재에 대한 의견 차이로 질샌더를 나왔던 그녀가 패스트패션로 대표되는 유니클로와의 협업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아한 결정이였다. 어쩌면 그녀는 미니멀의 대중화를 원했던 것 아닐까? 하여튼 J+ 라인은 유니클로의 실용성과 질샌더의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만나 합리적인 가격의 감각적인 제품들을 발매하여 줄을 서서 구매해야 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2013년을 끝으로 J+라인은 나오지 않다가 2020년 겨울, 그리고 2021년 다시 질샌더는 유니클로를 통해 돌아왔다. 질샌더 여사의 디자인을 유니클로로 볼 수 있다는게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브랜드 질샌더와 디자이너 질샌더의 이별은 그 당시 미니멀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질샌더는 조금 변했긴 했지만 질샌더 여사가 남긴 미니멀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계속 이어갈 것이고 디자이너 질샌더 또한 자신이 생각하는 미니멀의 정수를 유니클로를 통해서 보여줄 것이다.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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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CHBIRD

    오 기차에서 읽어봐야지

    2021.12.2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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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MBO 글쓴이

    질샌더 측의 협찬 문의는 채팅으로 해주세요

    2021.12.2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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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

    오오오오오오

    2021.12.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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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로생

    정보 또 올려주세용 👍🏻👍🏻

    2021.12.2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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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s•

    오 질샌더를 유니클로로 접해서그런지 이런 역사가..👍🏻

    2021.12.30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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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저

    와 이런 정보 너무 좋네요

    2022.01.0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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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둔2

    우앙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

    2022.01.2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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